이뉴스투데이, 2014.11.28, 원문보기
[이뉴스투데이 문신웅 기자] 2015년부터 중학교 입학생은 의무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의 발표가 있었다. 한국 교육의 또 다른 이슈로 평가되는 미래부의 발표는 학부모, 학생, 교육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듬해부터 생길 교육 현장의 변화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관련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한국 소프트웨어 교육에 있어 정보올림피아드를 놔두고 이야기할 수 없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핵심인 코딩 교육이 정보올림피아드에서 중요한 과제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제정보올림피아드 성적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해주는 교육 제도와 환경은 크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인터뷰는 정보올림피아드를 중심으로 한국 소프트웨어 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미리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 김동규 원장(한글과 컴퓨터, 안양시 평촌동 소재)은 코딩 교육을 통해 정보인재를 양성하고, 국제대회 수상자를 배출해 한국 소프트웨어 교육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데 노력한 인물이다
최근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 발표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 정책은 늦긴 했지만 당연한 것이다. 당장 내년 중학교 입학생부터 의무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커리큘럼과 담당 교사가 어떻게 마련됐는지 우려된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교사들이 단 기간 연수로 배울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현재도 중학교 선택과목에 ‘정보’라는 과목이 있기는 하지만 교사가 부족해 대부분 학교에서 선택하지 않거나 선택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만약 의무교육이 된 뒤에도 이러한 현상이 되풀이 된다면 학생들의 창의성을 기대하기보다 정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생길 수 있다.
정보과학 관련 기관들에서는 이미 정보과학 교과에 대한 커리큘럼과 교육시스템을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 당국은 이러한 기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시행착오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할 것이다. 한편 교사 문제는 그동안 정보과학 교사를 채용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이지 전공자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자격이 있는 전문 교사들을 발굴하고 관련 분야를 전공한 정교사를 시급하게 충원해 충분한 교육을 통해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 예전처럼 섣부르게 정보를 전공하지 않은 기술과목이나 타과목 선생님을 단기간 연수해서 투입하려 한다면 또다시 낭패를 볼 것이다.
관련 이슈에 관해 사설 교육기관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요즘에는 정보과학을 제대로 교육하는 학원을 찾기 힘들다. 정보올림피아드 대회를 대비하는 학원도 마찬가지다. 정보올림피아드는 국내 및 국제대회 입상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쏟는 에너지가 상당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 실정에 정보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일은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큰 위험부담을 안기기 때문에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사설 교육기관은 대부분 수학등 일반 과목 학원으로 전향하였다.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에 대한 말들은 과거부터 있어 왔기 때문에 별다른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 정보올림피아드가 교육 현실과 맞물려 한계성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정보영재들이 처한 상황은 어떠한가?
국제올림피아드는 매년 수학․물리․화학․정보․생물․천문․지구과학 등 7개 분야에 세계 각국의 과학영재들이 국가의 명예를 걸고 참여하는 천재들의 경연장이다. 우리나라도 국가대표를 선발해 이 대회에 참여하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제25회 국제정보올림피아드에서는 우리가 배출한 박범수(서울과학고 3학년), 배근우 학생(경기북과학고 2학년)이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수상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대학이나 과학고 입시에서 올림피아드 수상실적을 적으면 0점 처리를 한다는 요강이 발표돼, 그동안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던 대부분 학생들이 포기를 선언하고 내신공부에 전념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특정분야에 특별한 천재성을 가진 학생들도 두부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내는 두부처럼 모든 과목을 잘하는 평범한 우등생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조치가 발표된 첫해인 올해에 각종 국제올림피아드 성적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으며 내년에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만약 김연아 선수에게 운동을 잠시 그만두고 수능과목을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하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물론 타고난 천재성이 있으니 대학교에서 열심히 운동을 시작해서 금메달을 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질 것이다. 다행히 예체능 과목은 아직까지 특기자 전형이 유지되고 있어 그런 일은 없겠지만 올해부터 IT관련 특별전형은 모두 없어졌기 때문에 빌게이츠가 우리나라에 태어났다면 내신이나 수능점수가 우수하지 않는 한 대학입학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예전처럼 일부 과목 성적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입시의 문을 열어주지 않는 한 '빌게이츠'나 '스티브잡스' 같은 천재라도 우리나라에서는 꿈을 펼치기 힘들 것이다.
▲ 한국정보올림피아드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꾸준한 성적이 국제대회 결과까지 이어진다
소프트웨어 교육, 무엇이 중요하고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세상은 컴퓨터 없이는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 생활 속에서 이미 정보과학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다른 과학과목보다 그 중요성이 커졌다. 1994년에 이스라엘은 소프트웨어 과목을 정규과목에 포함했다. 2009년 일본도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다. 영국도 2014년 9월부터 코딩 교육을 정규과목으로 편성했다. 세계는 코딩 교육 열풍이다. 아니, 교육의 핵심이 코딩 교육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컴퓨터가 생활의 중심에 놓여있는 시대에 컴퓨팅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는 이제 현대인이 살아가기 위한 필수 역량이다. 한 분야의 단편적 사고에서 벗어나 복합적인 사고를 해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사회. 자동차가 가솔린이 아닌 소프트웨어로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프트웨어 교육은 미래의 교육으로 인정받고 있다. 나아가 우리의 안전에도 깊이 관여하는 중요한 안전핀이기도 하다.
늦었지만 앞으로 시행되는 소프트웨어 교육, 바로 코딩 교육이 한국을 세계 선진국으로 만들 수 있는 기반 교육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각계의 많은 전문가들이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 특히, 특별한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조기에 발굴하여 그들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고, 그들이 마음 놓고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